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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란게 가능할까

낯설게 하기. 내 연구. 본문

Etc.

낯설게 하기. 내 연구.

카디' 2020. 4. 27. 19:46

고등학교 수업이 재밌었다고 하면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

 

정말로 내가 관심 있어서 수업을 집중했다기보다는,

대학이라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웅크림이 더 맞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없었던 국어 수업 중에 아직도 머릿속에 남는 개념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개념이 있다는 걸 설명해줬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딴짓하고 있었겠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고 있는 것. 그렇지만 서로 관계가 없는 두 개념을 나란히 제시하면서,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을 전달하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자 하는 것. 그것을 '낯설게 하기'라고 한다.

정확한 정의는 아니겠지만 그 당시 배운 바로는...

 

인터넷 상에서 장난스럽게 민트맛 밥이라던지 혹은 눈부신 암흑 이런 표현도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이 확장된 순간이 아닐까.

 

 

 

문학 쪽에서 처음 시작된 개념이겠지만, 미술과 사진 작품에서도 작품을 보는 사람이 낯설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방법인 것 같다.

 

맨날 성경과 관련된 그림을 보던 사람이 풍경화, 정물화를 봤을 때 느꼈을 생각

물론 터무니없는 그림을 그린다고 핀잔을 줬을 수도 있지만, 그림에서 나오는 매력에서 점차 빠져들었을 것이다.

 

사진처럼 사실적인 그림을 보다가 추상화를 처음 봤을 때 느꼈을 생각.

사진기의 등장으로 모두가 그림은 망했다 생각했겠지만, 이후 나온 새로운 그림이 색다르게 다가왔을 때의 느낌...

 

뒤샹의 샘이 처음 출품됐을 때 느꼈을 관객의 생각.

이건 지금 내가 봐도 좀 어이없긴 하다.

 

뒤샹, '샘' (1917)

 

사진도 같은 피사체나 풍경을 찍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의 구도나 시점에 따라서 같은 물체도 굉장히 색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우리가 보는 꽃의 모습과, 개미의 시점에서 본 꽃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시점을 바꿔주면서 익숙한 물체를 낯선 구도에서 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보는 시점이라고 가끔 얘기하는데

지금까지 취미로 사진을 찍어오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의 시점을 다르게 바꾸면 꽤나 매력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래처럼.

 

비 온 다음날 우리 학교

 

찍을 때는 몸이 많이 힘들지만, 나오는 결과물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것도 아마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시점에서 찍은 모습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괜히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 이유가 있다

 

 

어찌 보면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은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 아닐까.

더군다나 요즘 연구결과들을 보면, 좋게 말해 굉장히 참신하고, 나쁘게 말해 어이가 없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원래 없어야 되는 위치에 갑자기 나타난다던지..

 

요즘 생화학 분야 트렌드 중 하나가 원래 그곳에 없어야 되는 애를 없어야 되는 위치에서 찾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핵에 존재하는 pyruvate dehydrogenase라던지..

요즘 들어 특히나 교과서적 내용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이 쯤되면 localization에 의해서 단백질 1,2,3 나누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하루하루 의심만 많아지고 있다.

 

아 니가 왜 거기서 나오는데!!!!!!!

생물은 정해진 게 없어서 너무 복잡하다 정말로 스트레스받아

 

이런 Protein moonlighting 때문에, 이제는 실험 데이터가 나오면 상의해야 하는 내용이 더더욱 많아졌다..

고정관념을 버리니 질문이 무더기로 쏟아지긴 하지만 해야 하는 게 많아져서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무튼 실험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똑똑하게 하는 수밖에

 

안 그래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더 복잡해졌다. 에휴.

 

 

 

내가 익숙하게 느꼈던 것이 더 이상 익숙해지지 않을 때, 거부감도 들지만 새로운 느낌에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 두근거림이 좋은 두근거림일까.

 

아니면 내가 영영 학위를 마치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서 오는 두근거림인가.

 

무섭다 ㄷㄷ

 

 

출처: 뒤샹, 샘 https://ko.wikipedia.org/wiki/%EC%83%98_(%EB%92%A4%EC%83%B9)

사진 찍는 소녀, https://pixabay.com/images/id-251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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